국가균형발전의 선도사업인 국책사업을 믿고, 기꺼이 삶의 터전을 내주었는데‥‥
행정도시(세종시) 예정지 여기저기에 살던 주민들은 그들이 조상대대로 살아오던 터전을 빼앗기고, 쫓겨났다. 집도, 땅도, 산도 모두 수용 당한 것이다. 물론 보상은 받았겠지만 그 누구도 마음에 흡족한 보상은 받지 못했을 것이므로 쫓겨나고, 빼앗겼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쫓겨나기를 바란 주민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전국 곳곳의 국민들이 조금 더 골고루 잘 살게 하겠다는 정부방침을 뿌리치거나 거부할 힘이 없어서 하는 수 없이 받아들인 이들도 많을 것이다.
토지수용 등 지금까지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특별법 시행절차를 순조롭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주민들이 자신들의 희생을 감수했기 때문이다. 많은 행정부처가 세종시로 옮겨와 살만한 도시를 만들고, 나아가 전국이 고르게 잘 살게 한다는 국가계획에 동참한다는 주민들의 사명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종시 예정지에 살다가 집과 땅 등을 수용 당한 원주민의 80%가 2억 미만, 48%가 1억 미만의 보상금을 받고 떠돌고 있다. 예정지주민들은 이 보상금으로 살 집을 구하고, 생계를 이어가야 할 처지에 있다. 그들의 나이 역시 청장년층은 별로 없고 연로하신 분들이 대부분이다.
더구나 그들은 선조들의 묘소까지 파 옮겼거나 화장해서 처리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조상들의 산소를 이장하라는 통지를 받고, 아직 이장하지 못했거나 손도 못 본 묘소도 많이 남았을 것이다.
지금 세종시 예정지의 마른하늘에는 천둥과 번개가 치고 있다.
9부2처2청이 옮겨 온다고, 문전옥답과 정든 집과 조상묘소가 있는 선산을 내준 원주민들에게 날벼락이 떨어진 격이다. 9부2처2청은 세종시에 오지 않는다. 또 이들이 수용 당한 땅은 기업인들에게 아주 싼 값으로 주겠다고 하기 때문이다.
더욱 기가 찬 것은 땅을 수용 당한 주민들에게 주는 땅값은 아주 비싸고, 기업인들에게는 아주 싸게 준다는 것이다. 이에 주민들은 더욱 분노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지상에 이미 많이 보도된 내용이다.
세종시가 원안대로 되지 않는다면, 그들도 기업인에게 주는 땅이 있는 곳이나 조건이 비슷한 곳에 기업인에게 주는 값으로 집 지를 땅을 원할 것이다. 그들은 전과 같이 농사지을 땅을 원할 것이다.
그들은 그들이 살던 집이 서 있던 땅을, 그들이 농사짓던 땅을, 그들의 선조들이 잠들어 있던 곳을 원상 복구하여 전과 같은 모습으로 되돌려 받기를 바랄 것이다. 이것은 엄연한 법정권한이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그들이 원해서 지금처럼 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이장하지 않은 조상 묘는 그대로 두기를 바랄 것이다.
세종시가 원안대로 되지 않는다면, 위와 같은 환매권은 합리적으로 공명정대하게 처리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민들의 배신감과 허탈감은 하늘을 찌르고도 남을 것이다. 이런 일은 국가가 국민에게 할 일이 절대로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