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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조치원, 도심재생의 모범도시

"그때 조치원역 광장은 한마디로 서울의 광화문 광장이었슈.

여기서 146일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밤마다 촛불을 들었으니께유.

구호라곤 한 번도 외쳐본 적 없던 시골 분들이 광장에 뛰쳐나와 머리띠 매고, 행정수도 원안사수! 수정안 취소하라! 외쳤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심장이 뜨거워지는 게•••.

순박한 사람들이 화나면 무서운 벱이유, 지조가 있으니까. 옳다 생각하면 옆에서 달콤한 말로 꼬드겨도 안 넘어가유.

그분덜이 조치원역 광장에 맨날 안 나왔으면 지금의 세종시도 없었을 거유."

조치원에 토박이로 살아온 주민은 10년 전 당시 조치원역 앞에서 연일 농성을 벌이던 시절을 이렇게 회상했다.

조치원역 광장은 옛 연기군 주민들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장소다.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관습헌법에 의해 위헌판결을 받고 표류하기 시작한 그날부터 세종특별자치시설치특별법 통과와 국회의원독립선거구가 획정되기까지 오랜 동안 연기군민을 비롯한 충청도민 투쟁의 거점지였던 이곳에는 주민들의 분노와 환호의 기억이 아로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 조치원역 광장이 2017년 3월 진정한 시민광장으로 새 단장되었다.

주차장을 치우고 아스팔트 바닥을 화강암 블록으로 교체한 이 공간은 주민행사나 공연장으로 이용될 예정이다.

조치원역 광장의 개선은 본겨적인 '조치원 개혁'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라고 볼 수 있다.

2015년 세종시는 쇠락한 조치원의 재활을 목표로 '청춘조치원프로젝트'라는 도시재생사업을 설계하여 총 44개의 크고 작은 재건사업이 예정되어 있다.

조치원역 광장 개보수 사업은 완료된 11개 사업 가운데 하나였다.

도시재생이란 도시의 물리적 환경 개선에만 치중하던 기존의 재개발이나 재건축과는 다른 개념이다.

재개발 재건축을 포함한 인프라 정비사업으로, 도시의 환경적 특성을 살리면서 경제와 문화 등의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방안이다.

세종시의 모태도시이자 부도심이라 할 수 있는 조치원이 수술대에 오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세종시청 청춘조치원과에서 근무하는 김성수 과장의 설명은 이렇다.

                ▲ 청춘조치원과 김성수 과장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가 출범하기 전, 주변 여느 도시와 같이 조치원 또한 신도시의 인구 흡수현상, 즉 블랙홀 현상으로 인해 '죽은 도시가 될 것이다'라는 우려가 컸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2012년 7월, 세종시 출범 이후 조치원의 입지나 상권이 급속히 나빠졌습니다.

의학에서 그렇듯 도시재생에도 '골든타임'이 존재합니다.

세종시는 2014년 10월 '청춘조치원 프로젝트 비전선포'를 시작으로, 그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청춘조치원과'를 신설했고, '활기찬 경제! 행복한 주민! 청춘 조치원!'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조치원을 젊고 활기찬 도시로 되살리기 위한 청춘조치원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조치원의 쇠락은 갑작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1931년 면에서 읍으로 함께 승격한 대전과 광주가 광역시로 성장하는 동안, 교통의 요지였던 조치원은 낙후의 길을 걷고 있었다.

조치원이 세종시로 편입된 이후에도 개발건설은 한동안 남부 신도심에만 집중되었고, 이를 지켜보던 조치원 주민들은 불균형 개발에 대해 불만을 느끼기 시작했다.

세종시는 대한민국 굴형발전의 아이콘으로서, 조화로운 지역 상생을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안고 있다.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조치원이 북부지역의 경제 거점지로 성장하는 것. 

즉 남부의 신도심은 행정의 중심으로 기능하고, 북부의 읍면지역은 산업과 문화의 중심지로서 기능하는 것이다.

청춘조치원 프로젝트의 목표는 세 가지다. 2025년까지 인구 10만명이 살기 좋은 세종시의 경제 중심축으로 육성하고, 구도심과 신시가지가 균형발전을 이루고, 시민이 참여하여 주도하는 도시재생으로 활기찬 마을공동체를 회복하는 것.

중점적인 추진분야는 크게 도시재생, 인프라구축, 문화•복지, 지역경제로 나뉜다.

우선은 시급한 사업은 노후한 건물과 환경을 개선하는 것으로, 순차적으로 근린생활환경 개선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에 앞서 환경오염과 지형 훼손을 낳고 있는 난개발을 규제하고 체계적인 재생작업을 뒷받침하는 성장관리 방안을 마련했다.

신흥리 조치원청사에 신설되는 '복합행정타운'에는 민원행정, 과학벨트사업, 6차 산업, 농업 ICT 관련 기관 등이 이관될 예정이다.

읍면지역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북부권 발전을 이끄는 산파 역할을 하면서 조치원 부흥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밖에도 노후주택을 철거하여 대학생과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임대주택, 노년층을 위한 실버주택이 마련되고 있고, 연탄가루로 환경문제를 낳아온 5,158제곱미터 규모의 저탄장 부지는 도시숲과 문화공원으로 새롭게 단장될 예정이다.

              ▲ 조치원읍 도시재생 계획도

지정학적으로 조치원은 경부선 철도가 남북으로 관통하고 인근 충청지역과도 국도로 연계되어 있는 교통의 요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것이 조치원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도심이 철도에 의해 동서로 분리되어 시민 불편과 교통체증 등의 문제가 많았고, 연기군보다 발달한 청주•공주•대전•천안으로 주민들이 이주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러한 교통 인프라 상황을 보완하여 동서지역을 연결하는 도로를 내고, 오송역과 조치원읍을 연결하는 도로를 건설하고, 4차선 중심도로망을 8차선으로 확충하여 BRT 노선을 신설하고, 나대지를 활용한 나눔주차장 등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주민들의 문화생활과 복지를 향상시키는 사업들도 동시 추진 중이다.

일자리와 복지에 관한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한 고용복지+센터가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다.

또한 조치원 정수장과 한림제지공장을 재활용한 문화예술 공간과 고려대 인근에 조성되는 대학문화거리 등은 조치원을 더욱 젊고 밝은 예술•문화도시로 변화시킬 것이다.

조치원 내 하천을 정비하고 중앙공원을 조성하여 주민을 위한 자연휴식공간을 늘리고, 건강과 여가생활을 위한 생활문화센터도 개설•운영 중에 있다.

마지막으로 조치원의 지역경제에 불을 지펴줄 탄탄한 사업들이 전개될 예정이다.

가장 굵직한 유치사업은 과학벨트 핵심사업인 SB(Science Biz) 플라자다.

이 과학기관은 기초과학연구 및 연구성과 사업화를 지원하는 곳으로, 첨단기기인 중이온가속기가 설치되면 조치원은 기초과학연구의 거점지구로 부상할 것이다.

여기에 조치원읍 봉산리 일원에 232,000제곱미터 규모로 조성되고 있는 서북부 도시개발사업은 교육부 전산복구센터, 특별지방행정기관 입지공간 제공 등을 통해 서북부권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내 일자리 창출을 견인할 것으로는 기대된다.

뿐만아니라 문화관광형 전통시장을 개발하는데 사업도 추진 중이며, 장터 체험형 마을기업이나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협의회를 구성하여 경제 활기를 북돋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