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시작은 지금부터다

4. 충청도의 힘!  모두 다 결집이다!

분노한 충청지역 주민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아지면서 파급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선 충청향우회를 결집시키며 전국 시민단체의 지지와 성원을 이끌어냈다.

충청권의 명사 모임인 '백소회'를 비롯한 충청 각계각층에서도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자신의 아버지, 할아버지가 대대로 터전을 이루며 살아온 고향에 대한 추억을 공유하는 이들은 이제 비로소 진정한 '충청'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점잖은 '충청도 양반'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충청의 역사를 세우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예로부터 충청도는 '양반의 고장'이라는 평가가 있다.

이성계가 조선개국에 앞장섰던 삼봉(三峰) 정도전에게 조선 팔도의 인물평을 해보라고 했을 때 정도전은 충청도 사람은 '청풍명월(淸風明月)'이라 하지 않았던가.

'맑은 바람 속에 밝은 달'이란 부드럽고 고매한 성품을 의미하는 것으로, 충청남도 논산의 노성지역 파평 윤씨 가문은 충청도를 대표하는 양반 가문이다.

그런가 하면 충청지역의 굿은 '양반굿'이라고 불리는 등 오래전부터 충청도는 '양반'이라는 상징성이 강한 지역이었다.

그래서인지 충청도 사람들은 웬만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속으로 삭이는 편일뿐더러 충청도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그것도 큰 목소리로 분노의 감정을 발산하는 일은 흔치 않다.

행정수도 위헌 결정은 그돌을 분노케 했고, 거리로 뛰어사오게 만들었고, 그 용기가 모든 충청도민을 움직였다.

특히 충청향우회의 결집으로 그동안 잘 볼 수 없었던 충청인의 힘을 드러냈다.

충청출신 유명인사들의 모임인 '백소회'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신행정수도건설이 좌절되자 심한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10월 22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찬정례모임에 참석한 회원들은 충청권이 정치권에 또 속은 것 아니냐면서 충청권의 자존심과 명예회복에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

백소회는 이미 한 달 전일 9월 24일에 열린 모임에서 심대평 지사를 초청, 행정수도건설과 관련한 특강을 개최하여 "서울과 지방의 갈등을 해소하고 지방분권의 길을 열기 위해서는 신행정수도건설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 바 있었다.

그런 가운데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신행정수도건설이 좌절된 것이다.

백소회는 이후에도 정례 조찬모임 때마다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결정 등 충청권의 관심사와 국내외 현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충청인들의 기대와 요구를 대변해 왔다.

충청출향인사 500만 명의 대표적 향우단체인 충청향우중앙회(총재 류근창) 등 충청권 향우회도 한 목소리를 내며 헌재의 위헌 결정에 불만을 드러냈다.

10월 23일, 열린우리당 충청권 의원들과 충청향우회의 전국 각 지회장과 간부 등 100여 명은 오찬을 겸한 간담회 자리에서 신행정수도건설의 대안 모색을 논의했다.

이어서 10월 26일에는 "최대 피해자인 충청인들에게 응분의 위로와 보상책 강구,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한 여야 정쟁 중단, 신행정수도건설에 상응하는 종합 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신행정수도건설 무산에 따른 성명서를 내고 유감을 표명하면서 "충청인들은 정신적 충격과 경제적 피해가 극심하여 참담한 지경이다.

대통령과 정부, 여야 정치권은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중대사에 대해 헌법을 위반하고 추진한 공동 책임자인 만큼 국민과 충청인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최대 피해자인 충청인들에게 응분의 보상책을 강구할 것과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한 여야 정쟁중단, 신행정수도건설에 상응하는 종합대책을 조속히 마런할 것을 촉구했다.

충청인의 호소와 규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11월 5일, 충청권 여기저기서 집회가 잇따랐고, 대전역 광장에서는 자민련 김학원 당대표와 김낙성, 류근찬, 이인제 의원을 비롯한 중앙 당직자와 충청권 자민련 소속 시장, 군수, 시•도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신행정수도 이전 투쟁궐기대회가 있었다.

청양군의 지천에 있는 백세공원에서는 청양군민 5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신행정수도 위헌 결정 규탄궐기대회가 있었다.

같은 날, 충청북도에서는 신행정수도건설충북연대 등 충청북도 지역 150여 개 시민사회단체는 청주CCC회관에서 <신행정수도 사수 충북비상시국회의>를 결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충청남도이통장연합회 회원 600여 명과 전국주부교실 충남지부 회원, 소비자단체, 시민사회단체장 등 500여 명도 서울 국회의사당 앞과 충청남도 공무원 교육원에서 각각 집회를 열었다.

11월 16일, 충청남도 도청 대회의실에서는 충청남도 지역 3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충청남도 지역의 각계각층을 망라한 단일조직인 신행정수도 사수 범충남연대를 발족키로 했다.

한편 열린우리당 충청권 의원들은 여의도에서 출향 향우회장, 대전시향우회, 충청향우회 인사등을 초청해 신행정수도건설과 관련한 간담회를 열었고, 재경 공주향우회는 12월 13일에 열린 송년모임에서 행정수도건설 사수를 결의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05년 1월 14일, 재경 충청권 공직자 모임체도 신년모임을 갖고 신행정수도건설의 후속 대안이 조속히 수립, 흔들림 없이 추진되도록 힘을 모으기로 다짐했다.

또한 충청향우중앙회(총재 류근창)는 2005년 1월 20일 저녁, 서울 소공동 서울플라자호텔에서 대전, 충남북 출신 각계인사들이 모인 가운데 을유년 신년교례회를 갖고, 충청권 신행정수도건설의 차질 없는 추진을 요구하면서 "기대했던 신행정수도건설이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백지화된 만큼 후속대책은 당초 계획에 버금가는 대안을 수립, 차질 없이 건설할 것"을 촉구했다.

이러한 충청향우회의 움직임과 충청지역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은 충청 각 지역의 결의대회와 집회에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신행정수도건설 사수를 위한 '겨울투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대다수 충청권 지방의원은 물론 새마을부녀회와 이장단협의회, 재향군인회 등 각종 시민사회단체 인사와 일반 시민들까지 한 목소리를 내며 결집의 힘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결정 이후, 산발적으로 신행정수도 사수 투쟁을 벌이던 충청지역단체들은 12월 17일 신행정수도 지속추진 범충청권협의회로 일원화했다.

이는 대전시와 충청남북도의 448개 단체가 참여하는 충청권 역사상 가장 큰 조직이었다.

기업•대학•정치•경제•의료•언론•스포츠•유통•운송•환경•문화•종교•여성•부동산•예술•유흥업•장애인단체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단체가 동참했고, 국회의원과 광역자치단체장•기초단체장•광역의회와 기초의회 의원들도 합세하여 충청권 여론을 하나로서 묶어냄으로써 강럭한 대응력을 갖추었다.

이를 통해 대규모 상경투쟁과 성금모금, 수도권과 영호남 등 다른 지역의 공감대를 얻기 위한 조직적인 홍보활동의 기반을 만들었다.

한 예로, 이순신 장군 동전 150만개 모으기운동 등을 통해 150만 충북도민의 결집과 500만 충청인의 단결된 힘을 보여주었다.

도도히 흐르는 깊은 강물처럼 세를 모아나가는 힘은 결코 급조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것처럼 신행정수도의 위기에 대처하는 충청인들의 뚝심은 세상을 놀라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