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의 미학 • 화합과 소통

3. 투쟁도 소통이다

조치원역 광장에서는 '행정도시 사수를 위한 촛불문화제'가 100일째 이어졌고, 시위와 집회도 연일 이어졌다.

삭발식과 주민등록증 반납, 그리고 단식투쟁 등 다양한 방법의 시위와 투쟁은 화합과 소통의 길을. 찾는 새로운 문화였다.

투쟁 끝에 만들어진 도시!
그것이 바로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시다.


2009년 1월 16일, '수도권 규제 완화 철회와 행정도시 정상 추진을 위한 범충청권협의회의 출범식'이 열렸다.

이날 주민들은 이명박 정부의 지방 말살정책을 강력히 규탄했고, 수도권 규제완화조치에 대한 철회와 행정도시건설의 정상적인 추진을 요구했다.

2월 19일, 조치원역 광장에도 3,000여 명의 주민들이 모인 가운데 세종특별자치시설치법의 조속한 통과와 정부기관 이전계획 변경고시 즉각 실행을 촉구하는 궐기대회가 열렸다.

세종특별자치시건설에 필요한 법률과 각종 지워대책이 늦어지면서 주민들은 목소리를 높여 정부와 정치권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그런 가운데 "세종특별자치시는 원안대로 추진하지 못할 것"이라는 정운찬 국무총리 내정자의 발언에 충청지역 40여개 단체와 시민단체 그리고 지역주민들은 반발했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이에 그치지 않고, 취임식에서 또다시 세종시 백지화를 위한 수정 소신을 강조하여 행정중심복합도시 예정지역 주민들을 분노케 했다.

2009년 10월 14일, 행정도시사수연기군대책위원회 등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정상 추진을 염원하는 주민단체들은 조치원역 광장에 모여 행정도시 사수를 위한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이날 1,000여 명의 참가자들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은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자 국민과 한 약속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이 정상적으로 추진될 때까지 충청도의 자존심을 걸고 함께 싸워 나가자"고 강조했다.

2009년 10월 22일, 충남 연기군수(유한식)는 연기군청에서 기자회견 후 행정중심복합도시 원안추진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을 시작했고, 10월 27일 조치원역 광장에서는 500만 충청권 궐기대회가 열렸다.

충청민들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원안 사수를 위한 결연한 의지를 드러낸 날이었다.

1만여 명의 주민들은 행사를 마친후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까지 거리행진을 벌였으며, 연기군이장단 100여 명은 집단 삭발식을 거행했다.

그리고 이들의 머리카락을 모아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국무총리, 이달곤 행정안전부장관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또 연기군, 공주시 주민들은 "거짓말만 하는 이명박 정부 하에서는 국민이기를 거부한다"며 행정안전부에 주민등록증을 반납하려 했다.

이날 유한식 연기군수는 "세계적 명품도시를 만들어주겠다는 대통령의 말만 믿고, 1,300년 동안 가꿔온 공동체를 모두 내놓았는데 이제와서 백지화하겠다고 하니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2009년 10월의 마지막 날인 31일, 열흘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던 유한식 연기군수가 혼절하여 병원으로 긴급 호송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러자 여성단체협으회,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새마을협의회, 어린이집연합회, 농민단체협의회, 적십자협의회 등 수많은 단체소속 회원들이 릴레이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2009년 11월 4일, 충청권 주민들은 정운찬 국무총리의 세종특별자치시 수정입장을 비난하며 거듭 원안대로 추진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충청권지역 시민단체로 구성된 행정도시 무산음모 저지 충청권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간급성명을 발표했다.

"그동안 800억원이 넘는 행정중심복합도시 연구용역비와 전문가들과 정치권의 오랜 논의 끝에 완성된 계회을 전부 중단하겠다는 발상이다.

정 국무총리가 말하는 기업, 교육, 과학기능의 추가는 실행담보가 전무한 속빈강정이며 행정비효율을 최소화하려면 지금이라도 행정도시로 이전하는 부처를 늘리면 된다"고 주장했다.

11월 5일, 행정도시사수연기군대책위원회도 성명을 내고 정운찬 국무총리가 기업과 연구소, 대학 등을 유치하고 자족기능을 강화한다는 방안을 보고한 것과 관련해 겍분을 금치 못하며 "현 정권을 강럭히 조목조목 심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09년 11월 9일, 행정중심복합도시생계조합 김창재 조합장과 황인손, 진명호, 강선호 씨가 대통령에게 올리는 상소문을 발표하고 11일 동안 단식농성을 이어갔다.

이렇게 시작된 단식농성은 조치원역 광장에서 함께 열린 촛불문화제와 함께 하루도 거르지 않고 158일간 릴레이로 이어졌다.

다음날인 11월 10일, 서울역 광장에도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원안건설을 촉구하는 결의대회가 열렸다.

행정도시사수연기군대책위원회는 지난 27일, 삭발식을 거행했던 100여명의 주민들의 머리카락과 1,000여명의 주민등록증을 국무총리실에 전달하려고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날 참석한 심대평 의원은 "세종특별자치시에 대해 논의를 하려면 먼저 원주민의 고충을 이해해야 한다"며 원안대로 지켜져야 함을 강변했다.

세종특별자치시 수정을 위한 이명박 대통령과 국무총리, 장관, 여권 인사들의 잇단 충청권 방문과 설득에도 불구하고 현지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원안 추진요구를 굽히지 않았다.

행정도시 백지화를 우려하는 지역 민심은 점점 고조될 뿐이었다.

2009년 11월 23일, 행정도시 범공주시민대책위원회는 공주시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대통령 방문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또한 지방분권국민운동, 분권균형발전전국회의, 수도권과밀반대시국연대 등 시민단체 산하 지역별 대표 20여명은 이날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앞에서 세종특별자치시 정상건설을 촉구했다.

그사이 정부는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기군 주민대표 12명으로 구성된 독일 방문단 파견을 강행했다.

베를린과 본으로 수도가 나뉜 독일의 경우를 견학하고 과학도시로 발전한 드레스덴도 방문하는 일정으로, 수도 이전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였다.

독일 방문단 구성원은 세종시발전위원회, 생계조합, 생계비상대책위원회, 주민협의회뿐만 아니라 연기군의 세종특별자치시 수정안에 찬성하는 단체 인사들과 일부 이장 등이었다.

이에 자유선진당 박상돈 세종시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가 지난 50년 동안 일관되게 추진해온 국토균형발전의 결정판이 세종시인데, 법 시행 5년 동안 총 예산의 4분의 1이 투자된 세종시와 독일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강하게 비판했고, 야당에서도 연기군 주민들을 회유하는 짓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2010년 1월 13일, 김원웅 전 국회의원은 세종시 원안사수를 위해 대전역에서 하루에 5시간씩 진행하는 '침묵의 삼보일배'를 시작하며 충청민의 결집을 호소했다.

2010년 1월 18일, 새날 희망연대 시민사회의 원로 100인은 세종시 원안사수를 지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추운 날씨 속에서 진행된 삼보일배의 행진은 6일째를 맞고 있었다.

2010년 1월 20일, 추위에 비까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조치원역 광장에는 또다시 500여명의 지역주민들이 모여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었다.

정부의 세종특별자치시 백지화어 맞서 원안사수를 요구하는 주민들의 촛불문화제가 꼭 100일이 되던 날이었다.

100일 동안 크고 작은 사고 없이 평화로운 시위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시위를 통해 소통하는 방법을 만들고, 분르의 감정을 폭발적으로 분출하기보다 단결된 메시지를 평화적으로 전하는 시위문화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조치원역의 촛불문화제는 연기지역 50여 단체가 순번을 정해서 촛불문화제를 이끌었고, 매회 150여 명 안팎의 인원이 참여하여 누적 참기자가 2만여 명을 넘어섰다.

1개읍 1개면 대표자들과 200여리 마을 사람들 모두가 촛불을 든 셈이었다.

촛불문화제가 진행되는 동안 발표된 결의사는 90여 건, 삭발자는 107명, 그리고 422명이 89일째 릴레이 단식을 하며 세종특별자치시 원안사수를 위한 투쟁을 함께 했다.

이로써 조치원역 광장은 '행정도시 사수'의 성지가 되었고, 충청도민의 뜻을 하나로 뭉칠 수 있게 만든 지역공동체의 중심이 되었다.

2010년 1월 27일, 행정도시 무산저지 충북비상대책위원회는 행정도시 원안사수 횃불봉화제를 열고 "엄연히 살아 있는 세종시법을 제쳐버리고 수정안 입법예고를 밀어붙이며 협박 농락하더니 이제는 선전포고에 이르렀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 개최된 횃불봉화제는 충청권 3개 지역에서 충청인들이 행정도시 원안사수를 기원하고 투쟁의지를 결의하는 한편 충청인들의 일치단결을 보여주는 날이었다.

오후부터 쏟아지기 시작한 빗줄기와 강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여 행정도시 원안사수 기원제를 지내고 함께 횃불을 올렸다.

대전지역은 계족산, 청주지역은 것대산, 연기지역은 조치원역에서 촛불문화제와 함께 병행하여 개최되었다.

2010년 2월 1일, 행정도시사수연기군대책위원회와 연기군이장단협의회의 주최로 연기군청에서 수정안을 전면 거부하는 서명운동이 펼쳐졌다.

또한 같은 날, 충청남도 내 종교계와 지식인 등은 자유선진당 충남도당에서 '세종시 원안추진을 위한 충청지식인 1,000명 선언문'을 발표하며 뜻을 모았다.

그러나 2월 12일, 유한식 연기군수가 직권 남용과 정치운동 금지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되었다.

군수가 세종특별자치시 수정안 반대 단체에만 보조금을 지원했다는 사유였다.

이로 인해 행정도시사수연기군대책위원회에 지급되던 특정신업 유치활동비가 중단되었다.

이후에도 행정도시 원안사수를 위한 크고 작은 시위들은 계속됐다.

행정도시사수범공주시민대책위원회(공동대표 정만수, 이충렬)는 정운찬 총리의 지역방문과 관련해 1시간여 동안 피켓 침묵시위를 펼쳤고, 공주시청 앞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 수정안을 국회가 거부하도록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가 하면, 행정도시 무산음모저지 충청권비상대책위원회(상임대표 이상선)는 다전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운찬 총리,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정진철 행정도시건설청장 및 서종대 차장 등을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신행정도시건설특별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의 목소리는 달랐지만, 그 목소리 안에 담긴 뜻은 오직 하나였다.

행정도시 원안사수!

논란의 중심에 있던 세종특별자치시 수정안은 6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해 최종 부결됐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예정지역 주민들과 원안추진을 촉구하던 시민단체들은 세종특별자치시 수정안 폐기를 일제히 환영하면서도 세종특별자치시 문제를 끝까지 철회하지 않은 이명박 정부의 태도를 비난했다.

6월 2일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세종특별자치시 수정안이 즉각 폐기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명박 대통령은 이를 국회로 떠넘겼고. 6월 22일 국회해양위원회에서 부결되었음에도 본회의에 부의한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만을 드러냈다.

행정도시 사수 연기군민 투쟁선언문

우리는 신행정수도 위헌시비로 이미 한차례 뼈아픈 시련과 고초를 겪었고 아까운 지역역량을 행정수도 사수투쟁에 투여하며 국가균형발전의 선도체인 행정도시를 지켜낸 쓰리고 아픈 기억이 있다.

지난 1년 동안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약속불이행, 거짓말에 농락당하며 행정도시는 최대의 위기에 봉착하였고 연기군민의 생존권도 박탈될 처지에 놓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에는 ‘내가 대통령이 되면 행정도시가 잘못될 것이라고 중상모략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난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킨다.’며 ‘행정도시를 더 빨리, 더 크게 제대로 건설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대통령이 되고나서는 손바닥 뒤집듯 이율배반적인 행동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거짓말을 집어치우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라!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한 직접보상도 끝나고 착공식에 이어 기반공사도 본격화되고 2010년 세종특별자치시 출범이 임박한 상황에서 정부의 농간에 행정도시는 존폐의 위기 속에 흔들리고 있어 우리는 오늘 궐기를 선언하는 것이다.

행정도시 정상건설 보장하라!

정부기관 이전계획 변경고시조차 대통령이 지시하지 않고 있으며, 이미 제출됐어야 하는 세종시설치법 정부발의안을 2010년 지자체 선거전에 내놓으면 된다는 몰상식한 행안부 장관의 모욕적인 조롱과 멸시는 우리의 마지막 기대마저 무너뜨렸다.

더 이상 정부의 기만책에 놀아날 수는 없다.

경제는 끝 모를 위기로 치닫고 있고 감세정책으로 지방재정마저 고갈되어 낙후된 지방은 최소한의 복지정책조차 기대할 수 없는 절망적 상황에서, 수도권편중정책을 지방정책이라고 ‘눈 가리고 아웅’하는 정부에 맞서 우리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투쟁할 것이다.

투쟁이라면 이미 행정수도 사수투쟁에서 이골이 나도록 경험을 했다. 삭발, 단식, 혈서, 군민집회, 천막농성, 촛불집회, 충청권연대집회, 상경집회, 청와대시위 등 정부의 직무유기와 국민기만에 맞서 싸울 것이다.

균형발전은 헌법에 보장된 국가의 책무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수도권규제를 풀어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하는 신중앙집권주의 망령에 들씌어진 이명박 정부와 수도이전반대라는 억지주장을 일삼는 수도권주의자들을 앞잡이로 세워 국토분열, 국민분열을 일삼는 자들에게 지방민의 분노가 무엇인지 낱낱이, 똑똑히 보여줄 것이다.

지방을 무시하고 지방민을 천대하는 정부는 더 이상 국민의 정부가 아님을 기억하라!

대통령의 의지만 있으면 세종시설치법 2월통과는 가능하다.

이명박 정부에 강력히 경고한다.

그동안 행정도시로 마음 졸이고 고통에 찬 숱한 날들을 감수한 우리에게 세종시설치법 통과, 정부기관 이전계획 변경고시를 약속하지 않고 오히려 행정도시 변질이나 축소를 제기한다면 향후 연기군민의 투쟁은 대정부투쟁, 대통령 탄핵투쟁이 될 것이다.

국민이 투쟁에 나서기 전에 국민의 마음을 보살피고 헤아리는 “변화‘의 정부를 다시한번 기대한다.

연기군민 단결투쟁 행정도시 사수하자!
대통령은 행정도시 죽이기 당장 중단하라!
정부기관 이전계획 변경고시 즉각 실행하라!
대통령은 이번 임시국회 회기 내에 세종시설치법 국회통과 보장하라!

2009. 2. 19

세종시설치법 조속제정을 촉구하는
연기군민 총궐기대회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