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정운찬 국무총리를 앞세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행정도시의 백지화를 위한 '세종시 수정안'을 주장하고, 보수언론과 학계가 역성을 들었다.
수정안을 주장하는 정부의 주된 근거는, 행정기관이 분산되었을 때 부처 간 긴밀한 의사소통과 협력이 와해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전체 면적 중 청사 부지면적이 너무 협소하여 인구 분산이나 일자리 창출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 기업•대학•호텔 등의 민간시설을 유치할 세계 및 재정적 인센티브가 없어 자족도시로 기능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독일이 통일 이후 베를린과 본으로 수도가 나뉘면서 행정기능이 분산 운영되는 피해 사례를 들어 그 비효율성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정운찬 국무총리가 주도한 수정안에 따른 세종시는 어떤 도시일까.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교육과 과학과 산업기능이 융화된 자족도시'다.
세종시에 행정기관을 이전하는 대신 과학비지니스 거점도시로 만들고, 첨단•녹색산업도시로 육성하여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을 도모하고, 창조적 인재기반을 위한 우수대학을 유치하고, 환경과 성장이 조화되는 녹색도시를 조성하고, 스위스의 제네바처럼 국제기구 등이 입지할 국제교류지로 만든다는 것이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은 정치적 성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원안'을 고수하면서 대통령에게 국무총리를 해임할 것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가 균형발전을 포기하는 정책이라고 비난했고, 2002년 대선 당시 행정수도 이전을 맹공격했던 이혀창 대표는 입장을 바꾸어 "앙꼬 없는 찐빵을 내놓고 있는 앙꼬 있는 찐빵보다 더 맛있다고 하는데, 이를 받아먹으면 바보가 될 것"이라며 지역적 관점에서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내부적 분열을 보였다. 김무성, 김문수 등의 수정안 지지세력과 박근혜 등의 원안 지지세력으로 양분되어 팽팽히 대립하고 있었다.
그러자 수정안을 국민투표에 붙이자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고, 다양한 절충안들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학계에서는 수정안을 찬성하는 입장도 있었으나 비판의 목소리도 거셌다.
류기철 충북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부처가 이전하면 도시가 자족성을 갖지 못하지만, 정부 부처가 이전하지 않으면 자족성을 갖는다는 정부 주장은 초등학생이 들어도 웃을 말이 아닌가.
행정상의 비효율 또한 반대를 위한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이 행정도시를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행정부처의 이전이 초래할 자신들의 영향력 감소와 자신들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등 재산가치의 하락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라고 일침을 놓았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수정안을 주장하는 이들이 노무현 포플리즘의 해악을 외치면서 정작 자신들의 정파적 포플리즘이 끼친 해악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이 여러 차례 말을 바꿈으로써 생긴 신뢰의 상실, 수정을 둘러싼 국민적 갈등이 낳은 엄청난 사회적 비용, 세종시 사업 추진 지연에 따른 막대한 경제적 손실 등 해악이 결코 사소하지 않다"고 공격했다.
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도 수정안의 문제를 지적했다.
"행정도시특별법에는 당초 12부 4처 2청(현재 9부 2처 3청)의 행정부처가 중심이 되고 그 즌ㅇ심 밑에 과학기능, 기업, 대학, 첨단산업단지 등 자족적 기능을 보완하도록 만들어졌다.
그런데 정작 행정부처가 오지 않거나 축소된다면 과연 그것을 믿고 추진하려 했던 기업, 대학, 과학 기능들이 행정도시로 오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라면서 "더 좋은 대안은 없으며, 설령 억지로 만든다 하더라도 국민들은 믿지 않을 것이고, 믿게 할 방법도 더 이상은 없다"고 강변했다.
강상호 경희대 정치학 교수는 행정의 효율성을 위해 정치의 신뢰성을 저버리는 행위를 비판했다.
"세종시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것처럼 원칙의 관점에서 고려되어야지 정치공학적 관점에서 고려돼서는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