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사람기술 세바퀴 생태도시

오늘날 도시의 화두는 단연 '환경'이다. 따라서 세계 각국에서는 사람이 가장 살기 좋은 도시환경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과 도전을 하고 있다.

세종시가 내린 답은 '생태도시'였다. 발달한 기술문명을 최대한 활용하여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도시만들기, 그것이 세종시건설의 바탕이념이다.

그 이념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전국에서 가장 넓은 녹지면적, 에코공법으로 지은 건축물, 신재생에너지를 동원한 자원의 순환, 유비쿼터스 기술이 응집된 주거단지와 도시정보관리 시스템•••.

물론 친환경 생태도시 자체가 도시건설의 목적은 아니다. 쾌적하고 안락한 환경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시민이 행복한 도시'를 이루는 것이다.

세종시는 균형발전이라는 역사적 소명을 지닌 도시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정체성으로 인해 지역 간 경제 및 복지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공동체의식을 형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시민들의 편의시설이자 사랑방인 복합커뮤니티센터, 도심지와 농촌지역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로컬푸드사업과 농촌진흥정책, 낙후한 조치원읍을 되살리는 도시재생사업, 장벽없는 도시를 위한 베리어프리디자인, 주민참여형 복지사업 등은 시민이 행복한 도시로 가는 징검다리라 할 수 있다.

1. 대한민국 '환경수도'

달 호텔에서 지구를 보면 우편엽서 한 장 같다. 훅 불면 날아가 버릴 것 같은 연약하기 짝이 없는 저 별이 이직은 은하계의 오아시스인 모양이다.

우주의 샘물인 모양이다. 지구 여관에 깃들어 잠을 청하는 사람들이 만원이다.

방이 없어 떠나는 새•나무•파도•두꺼비•호랑이•표범•돌고래•청개구리•콩새•사탕단풍나무•바람꽃•무지개•우렁이•가재•반딧불이•••. 많기도 하다.

달 호텔 테라스에서 턱을 괴고 쳐다 본 지구는 쓸 수 있는 말만 적을 수 있는 엽서 한 잎 같다. - 박용하, <지구>

시인은 달에서 지구를 바라보고 있다. 달은 호텔이고 지구는 여관이다.

달 호텔 테라스에서 턱을 괴고 바라보는 지구는 나뭇잎이나 우편엽서 한 장처럼 옹색한데, 사람들로 북적인다.

수많은 생명들은 아웅다웅하는 사람들에 치여 지구를 떠나가고 있다.

심지어 파도와 무지개까지, 시인은 독특한 상상력으로 공생할 줄 모르는 인간의 이기심을 꼬집고 있다.

오늘날 세계 인구의 절반은 지구 여관에서도 '도시'라는 방에 머물고 있다.

지금 그 방은 쾌적하지 않다.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해 찜질방처럼 뜨겁고 습하다.

바람길은 빌딩 숲에 가로막혔고, 땅은 콘크리트로 덮혀 있고, 대기는 스모그로 가득하다.

'열섬(heat island)'이라는 이상기후로 사람들이 죽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21세기에는 환경의 세기라고 한다. 현대도시들이 대전환의 국면에 처해 있음을 의미하는 말이다.

이미 세계의 선진 도시들은 자연과 조화하려 애쓰고 있으며, 도전에 성공한 케이스도 적지 않다.

세종시는 세계 각 도시들의 실패와 반성을 교훈삼아 '친환경 생태도시'를 표방했고, 설계방침도 환경과 조화하는 쪽으로 정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작업은 예정지역에 자생하는 동•식물 생태조사였다.

전문연구기관과 민간전문가, NGO가 참여하는 환경생태조사단을 구성하여 멸종 위기의 생물들이 서식하는지, 생태적 환경은 어떠한지 등을 조사했다.

이는 보전 가치가 있는 습지와 하천을 파악하여 천연동식물을 보호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도시 입지를 결정할 때도 녹지면적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시민을 위한 넓은 거주공간도 중요하지만 맑은 공기를 맡으며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넉넉한 녹지 면적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세종시는 현재 전국에서 가장 넓은 녹지면적을 자랑하고 있다.

공원, 하천 등이 세종시 전체면적의 52퍼센트를 차지하는데, 기존 신도시인 경기도 분당시의 녹지율이 27퍼센트, 동탄시가 24퍼센트인 점을 고려할 때 두배나 되며, 녹지율이 높기로 유명한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의 37.6퍼센트보다도 높다.

이런 설계는 도시를 끼고 있는 산과 강을 잘 활용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다.

도시 내부에 전월산과 원수산이 있고, 금강과 미호천이 도심부를 관통하고, 외곽은 녹지로 둘러싸여 있어 도시의 외부와 내부를 잇는 다양한 생태공간을 조성하여 도시를 둘러싸게 한 것이다.

                       ▲ 금강과 하두리대교

                              ▲ 미호천

                             ▲ 합강습지

그것이 바로 자연의 씨줄과 날줄로 시 전체를 아우르는 '블루그린 네트워크'다.

'블루'는 금강과 미호천을 잇는 하천축을 뜻하고 '그린'은 도시 내부의 산(국사봉•원수산•전월산)과 외부의 산(국사봉•장군봉, 황우산~부용산~비학산)을 잇는 녹지축이다.

즉 도시를 감싸는 산과 강을 둘레길로 연결하고, 도시 안의 녹지공간(중앙공원과 호수, 합강습지, 미호천습지)과도 연결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도시의 외부를 산책할 수 있는 3개의 둘레길 코스(원수산 둘레길, 전월산 둘레길, 국사봉 둘레길)가 있고, 내부의 공원과 호수를 끼고 도는 5개의 둘레길 코스(청사 둘레길, 금강나루길, 아름도담길, 고운뜰길)가 조성되어 있다.

이로써 시민들은 집 밖 어디서든 쾌적한 자연공간을 쉽게 만날 수가 있다.

친환경 도시는 이 정도 노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건축, 인프라, 에너지, 교통 등 전 분야에 걸쳐 현대과학기술을 응용한 동시다발적 협력이 요구된다.

세종시의 도시건축만 해도 곳곳에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설계 당시부터 도심지 내부에서 발생한 열기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세종시의 건축물들의 높이와 배치를 조율했다.

여름철이면 도시가 찜질방이 되어 버리는 열섬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건축기법도 기존 건축물에 비해 30퍼센트 정도 에너지가 저감되는 공법으로 유도했고, 건물 옥상에는 풀과 나무를 심어 온도 상승을 막도록 했다.

                   ▲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정부세종청사의 경우 15개 동을 연결한 3.5킬로미터의 옥상정원을 조성하여 세계 최대규모의 옥상정원을 기록하고 있다.

시민들이 이 기다란 옥상정원을 산책하면서 탁 트인 자연 전경을 감상하도록 배려한 것이다.

도시공해의 주범인 대중교통체계도 획기적인 시도가 요구되는 분야로, 세종시는 대중교통중심의 도시를 지향하되 탄소배출을 억제하는 방식을 택했다.

                           ▲ BRT 노선도

대표적인 예는 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땅 위의 전철, BRT(Bus Rapid Transit, 간선급행버스)를 도입한 것이다.

이 전기버스를 이용하는 시민은 링 형태로 순환하는 도시의 교통망을 따라 어디든 20분 내에 접근 가능하다.

이동거리를 단축하고 자동차 이용도 줄일 수 있는 효율적인 시스템이다.

게다가 걸어서 출퇴근할 수 있는 보행도로나 자전거도로를 병행하여 대중교통 이용을 분담하는 효과를 창출했다.

2012년부터는 공공자전거 대여 시스템도 도입했다.

대중교통과 연계성이 높은 정류장과 호수공원 등에 대여소를 설치하고 320대의 자전거를 공급했는데, 시민들의 이용률이 꾸준히 늘고 있다.

생태도시의 특징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환경오염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 에너지,특? 폐기물과 관련한 기초 인프라 시설에 대한 개혁적인 시도가 요구된다.

자원을 재활용하거나 절약하여 '자원순환'이 가능한 기반시설을 구축하는 것이다.

생활의 필수자원인 물은 자원순환의 우선순위 대상이다.

한국이 물 부족국가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사실은 지구 자체가 물 부족 행성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지구는 바닷물이 97퍼센트인 물의 행성이지만, 육지 생명체에게 필요한 담수는3퍼센트 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70퍼센트 이상은 인간이 이용할 수 없는 빙하와 빙산이다.

물이 얼마나 소중히 관리되어야 할 자원인가를 생각할 뗘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식은 빗물을 재활용하는 것이다.

세종시는 자원순환의 차원에서는 다양한 빗물 활용방안을 마련했다.

우선 빗물이 땅 밑으로 잘 스며들어야 물 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하수의 수위가 낮아지지 않도록 녹지 지반을 최대한 늘이고, 빗물이 잘 침투되는 도로 포장제를 사용했다.

또한 대형 건물이나 아파트에는 빗물저장시설을 설치하여 조경용수나 하천 수위를 유지하는 데 재활용하거나, 공공건물 등의 세정수나 소방용수로 활용하고 있다.

쓰레기처리 문제도 도시의 .난제 중 하나다. 현재 세계 최고의 생태도시로 주목받고 있는 브라질의 쿠리치바시는 한때 쓰레기 처리 시설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환경오염이 극심했다.

그런 도시가 '환경전으로 가장 올바르게 사는 도시'로 거듭나게 된 것은 간단한 아이디어 덕분이었다.

시민들이 재활용 쓰레기를 모아 시청으로 가져오면 식재료와 교환해준 것이다.

지금은 사소해 보이는 실천이지만 1980년 당시에는 큰 효과를 거두었다.

세종시는 첨단기술을 활용하여 쓰레기를 관리하고 있다.

일반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를 배관을 통해 자동 수거하는 '자동크린넷' 시스템으로, 에너지 절감 효과가 높고 위생적이다.

이렇게 수거된 폐기물 중 생활쓰레기는 고형연료로 만들어 민간에서 운영 중인 소각보일러의 신재생에네지(폐자원에너지)로 공급하는데, 여기서 얻는 에너지를 제품생산의 자원으로 이용하고 있다.

또한 2014년부터는 폐기물 발생을 적극 억제하기 위해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를 시행하고 잇ㅎ는데, 음식물 쓰레기를 가스 에너지로 자원화하는 일석이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와 같이 도시 쓰레기를 재처리함으로서 소각비와 매립비는 절약되고 2차 환경오염도 막을 수 있다.

저탄소 녹색도시를 선언한 세종시는 일찌감치 태양이나 바람과 같이 '고갈되지 않는 자원(renewable resources)'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투자해왔다.

현재 공공 건물과 아파트, 대형상가 등에 설치한 태양광발전시설을 통해 연 6,5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하고 있으며, 태양열, 지열, 소형풍력, 연료전지 등의 에너지원을 설치하는 주택에 대한 지원사업도 시행 중이다.

마을의 경로당을 비롯하여 도심지의 빈 공간에도 태양열 발전 시설을 늘려가고 있다.

자전거도로 태양광, 세종호수공원에 설치한 그늘막 태양광을 통해 주변의 수백 개 가로등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이어간다면 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도입를 15퍼센트, 온실가스 배출량 435퍼센트 감축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가하면 2007년부터 야심차게 준비해온 계획도 있다.

세종시를 공히 '환경수도'로 만들어줄 '제로에너지 마을'로, 고은뜰공원 북쪽에 조성되는 친환경 단독주택 단지가 바로 그것이다.

독일의 유명한 생태도시인 프라이부르크 방식을 본받아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복합 시스템이 구축될 것이다.

예컨대 단열공법을 이용한 건축, 태양광 발전기 설치, 빗물 네트워크 시설, 자동차 대신 보행로와 자전거를 최대화하는 도로망, 주택단지 내에 텃밭과 녹지공간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어떤 사람들은 문명을 버리고 자연의 일부로서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

그러나 모두가 에덴동산과 같은 원초적 자연을 누릴 수는 없다.

도시 문명인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문명과 자연을 조화시키는 것이다.

그조차도 단숨에 이루어질 수 없다. 모든 분야와 지혜를 공유하면서 조금씩 개선해나갈 수밖에 없다.

세종시는 대한민국 최고의 생태도시를 구현하기 위해 시민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