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약속들(05~07)

2. 갈등의 벽에 갇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의 합헌 결정으로 연기•공주 주민들을 비롯해 충청권 지역주민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지역주민 모두가 한마음 한뜻은 아니었다.

신행정수도 당시부터 반대를 외쳐운 일부 주민들은 행정도시건설 원천반대와 주민생존권 사수집회를 열며 맞서고 있었다.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의 통과의례와 같은 갈등과 대립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2005년 11월 24일 헌법재판소 앞, 향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에 대한 선고를 앞두고 찬성단체와 반대단체는 오전부터 각자의 주장을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오후 2시 헌재의 '각하' 결정이 내려지자 희비가 엇갈렸다.

행정도시건설 찬성 측은 환호성을 질렀지만 반대 측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주로 서울지역 인사들로 구성된 수도분할반대범국민운동본부와 행정도시 예정지역 토지수용 주민들이 주축이 된 행정도시건설 원천반대 연기공주지역 주민대책위원회는 즉각 유감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끝까지 투쟁할 것을 선언했다.

이들은 특히 "헌재의 결정을 보며 노무현 정부가 왜 그토록 헌법재판소의 재판관을 교체하기 위해 집요하게 노력했는지 이유를 알 수 있게 됐다"며 "합헌결정을 하게 된 배경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조대현 재판관을 비롯한 코드인사를 자행해 헌재의 중립성을 훼손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정부와 헌재를 강하게 비난하며, 반대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연기•공주지역 주민대책위도 "이름만 행정수도에서 행정도시로 바뀐 동일한 법률에 대해 헌재가 배치되는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면서 헌재 결정에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또한 "원주민의 삶의 터전인 2,210만 평의 토지와 재산을 주민의 동의없이 강제적으로 수용해 도시를 건설하고 트지개발공사를 앞세워 땅 장사를 자행하는 데 국가 공권력을 남용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명백한 위헌이고 국가범죄 행위'라며 "원주민들은 헌법에 보장된 생명과 재산,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해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2006년 1월 12일, 금남면 현지에서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개청 기념행사가 열렸다.

개청행사에는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 추진위원과 자문위원, 충청지역 국회의원,, 정부부처 및 지자체 관계자, 학계 및 언론계 인사와 현지 주민들 700여 명이 참석해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다짐했다. 

개청 기념행사는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완성되는 모습을 표현한 동영상 '행복도시 비전 2030'의 상영과 함께 축하공연, 노무현 대통령 기념사, 개청 기념행사 순으로 진행됐다.

그동안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추진단, 건설교통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나누어 수행하던 업무의 대부분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서 전담하게 되어, 행정도시 사업의 효율성과 추진역량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여전히 각 지역에서 크고 작은 집회를 벌이고 있었다.

2006년 2월 15일, 연기군 남면 종촌리 시장에서는 행정도시원천반대주민대책위원회(위원장 임만수)와 행정도시반대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한종률)의 주도로 예정지역 주민 6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행정도시원천반대와 주민생존권 사수집회를 열었다.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 모두 귀 기울일 수밖에 없는 충청도의 민심이었다.

그러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을 위해 반대의 민심을 설득해야 하는 큰 과제가 남았다.

정부가 2,200만 평의 예정지역과 6,800만 평을 행정도시건설지역으로 고시한 이후 충청남도는 행정도시가 적정 규모로 형성될 때까지 충청남도 산하로 두자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러나 연기군은 48퍼센트에 달하는 잔여지역을 특목시로 하자는 자구책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정부가 대책을 내놓지 못하자, 주민들 사이에서는 1,300년의 역사를 지닌 연기군이 공중분해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싹트기 시작했다.

2007년 1월 25일, 각계 인사와 130여 개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모인 가운데 행정도시통합추진등 범군민대책위원회가 결성되었다.

곧이어 연기군지키기 결의대회를 개최하여 행정도시건설에 따르는 연기군의 현안들을 지적하고,  잔여지역 전체를 행정도시에 편입시켜 연기군민 모두 행정도시의 시민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갈등의 목소리는 쉽게 사라질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