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만년 역사 문화도시 세우다

3. 이것이 문화도시다

                   ▲  세종아트센터 조감도

● 세종시의 랜드마크, 국립박물관 단지

'단지로 효과(Bilbao effect)'라는 말이 있다. 한 도시의 랜드마크 건축물이 그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나 현상을 이르는 것으로, 스페인의 빌바오 시에 있는 구겐하임 미술관이 그 주역이다.

강에 정박한 거대한 선박을 떠올리게 하는 이 미술관은 건축물이라기보다는 예술 조형물에 가깝다.

3만 3,000장의 티타늄 금속을 이어 붙인 외벽 장식으로 인해 맑은 날에는 건축물이 금빛으로 반짝이고 흐린 날에는 은은한 은빛을 띠는 등 시시각각 다채로운 빛을 자아낸다.

소장 전시되고 있는 작품은 더 화려하다. 칸딘스키, 잭슨 플록, 피카소, 호안 미로, 몬드리안, 샤갈, 고흐, 고갱, 마네, 세잔 등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들이 상설 전시되어 개관 첫 해에 130만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았다.

이후 구겐하임 미술관은 빌바오 시의 상징이 되었고, 빌바오 시는 현대미술의 순례지가 되었다.

운이 좋았던 것일까? 그렇지 않다. 원래 빌바오 시는 철광석 생산지이자 조선산업이 융성했던 도시였으나, 1970년대부터 자원 고갈에 경제의기까지 더해져 점점 쇠락의 길을 걸었다.

1991년 시정부는 도시를 살리기 위해 모험에 나섰다. 막대한 재정 낭비일 뿐이라는 시민들의 반대를 무릎쓰고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동시에 공업도시로서의 정체성을 살리는 도시재생프로젝트를 치밀하게 준비했다.

모험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미술관은 3년 만에 초기 투자액의 7배가 넘는 수익을 거두었고, 미술관 흥행을 마중물 삼아 다양한 문화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빌바오 시는 활기찬 현대도시로 거듭났다.

빌바오 시의 성공은 이후 세계 여러나라로 전파되어, 도시의 특성을 살린 건축 디자인으로 문화 가치를 드높이는 시도의 대명사가 되었다.

                 ▲ 국립박물관 단지 조감도

세종시의 문화적 위상을 자랑하는 건축물은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큰 기대를 모으는 것은 국립박물관 단지다.

미국의 스미스소니언박물관이나 호주의 캔버라국립박물관 형태의 대규모 복합문화 단지로 건설될 국립박물관 단지는 세종시의 상징 브랜드가 될 만한 국내 최초의 대형 프로젝트이자, 세종시를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거듭나게 할 문화사업이다.

2011년 기본설계를 시작으로 2023년까지 이어질 국립박물관 단지는 2단계로 나뉘어 조성된다.

1단계에서는 국가기록박물관, 디자인박물관, 도시건축박물관, 디지털문화유산영상관, 어린이박물관 5개가 건설되고, 2단계에서는 자연사박물관 등의 공공박물관과 민간박물관이 건설될 예정이다.

국립박물관 단지가 들어설 위치는 도심 한복판인 중앙공원으로, 이용객들의 이동거리를 최소화하여 언제 어디서든 쉽게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립박물관 단지는 장차 50만명 규모의 세종시가 자족도시로 자리 매김하는 데 큰 기여를 할 뿐만아니라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될 것이다.

2016년 국립박물관의 마스터플랜 국제공모를 실시한 결과 24개국 80개 작품이 제출되었고, 최종적으로 캐나다의 '오피스 오유(Office OU)'가 제안한 '세종 뮤지엄 가든즈(Sejong Museum Gardens)'가 당선되었다.

한국의 전통적인 궁궐 배치를 모티브로 한 이 설계안은 중앙광장에서 5개의 개별 박물관으로 들어가는 배치구조를 지니며, 각 박물관의 주변은 독창적인 조경환경으로 조성된다고 한다.

● 세종대왕의 정신이 깃든 공간, 국립세종도서관

세종시의 특화된 문화를 이끄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세종'이라는 이름 자체일 것이다.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세종대왕의 존호를 도시명칭으로 삼은 데는 '위민(爲民)'의 정치 업적을 기리고 따르고자 함이다.

도시설계 분야에서는 이러한 작업을 '도시 브랜딩'이라고 한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다른 도시와 차별화된 특성(Concept)을 통해 주민, 기업인, 방믈객 등 ㄱ느객 및 잠재 고객들이 부가적으로 가치를 느끼게 하는 도시명, 도시 심벌, 캐릭터, 슬로건, 명소명, 축제 브랜드, 공동 브랜드(혹은 특산물) 등을 다 포함한 총체적인 상징체계"(«도시 공공디자인»), 커뮤니케이션 북스)를 발굴하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세종시는 세종대왕과 연계한 브랜드 전략으로 특화된 명품도시를 만들어가고 있다.

실제로 2015년 '세종시의 문화 정체성'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는 세종대왕의 인문정신에서 세종시의회 나아갈 길을. 제시하기도 했다.

"세종시의 상황은 세종이 왕이 되면서 겪어야 했던 과정과 닮아 있다.

왕이 되리라 예상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세종은 왕이 되었고 어려움을 극복해 갔다.

세종시도 갑작스럽게 행정도시로 계획되었고 준비의 시간 또한 짧았지만, 이후 험난한 과정을 거치고 때를 기다리며 현재의 세종시로 성장해 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세종시의 발전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세종이 앞서서 우리에게 보여주었던 인문정신에서 많은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이기대, <세종시의 지역 정체성과 세종의 인문정신>, 고려대학교 한국학연구소, 2015. 11.)

더욱이 세종시는 9부 2처 2청의 중앙행정기관이 입지하는 행정도시다.

그런 점을 고려할 때 국립세종도서관은 세종대왕이라는 브랜드 가치와 행정도시라는 특성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기관이다.

2013년 12월 12일 정식 개관한 국립세종도서관은 국립중앙도서관의 첫 번째 분산 도서관이다.

그러나 단순한 도서관이 아니라 중앙행정기관, 공공기관, 첨단 연구기관 등에서 정책을 개발하는 종사자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지식융합센터로서, 행정도시에 특화된 도서관이다.

이러한 기능은 마치 한글창제의 산실이었던 집현전을 떠올리게 한다.

집현전은 궁중의 학문 연구기관이자 편찬기관으로, 세종대왕이 성삼문, 박팽년 등의 인재를 양성한 곳이기도 하다.

국립세종도서관은 시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이기도 하다.

현재 일반인을 위한 도서 12만여 권과 어린이를 위한 5만여 권이 비치되어 있고, 앞으로 약 600만 권의 장서를 비치할 계획이다.

아울러 시민들의 여가문화 생활을 위해 어린이 청소년 문화센터, 문화교육실, 세미나실 등도 제공된다.

독특한 것은 국립세종도서관 건축 디자인에 담긴 의미다.

"1세대 아날로그 도서관과 2세대 디지털 도서관을 넘어, 아날로그의 형태로 디지털을 수용하며 인간의 감성까지 담는 도서관"이라는 구상이 담겨 있다.

도서관의 형태는 책의 첫 장을 여는 듯한, 또는 책을 엎어놓은 듯한 형태를 띠기도 하고, 폴더에서 다른 폴더로 데이터가 전송되는 이미지를 연상케 한다.

이러한 감성적인 건축미는 해외에서도 가치를 인정받았다.

2011년 빌딩스마트협회의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그린어워드(Green Awards) 본상(사회공공부문)을 수상했고, 2013년 독일디자인협회가 주관하는 ICONIC 어워드에서도 본상(콘섶트 부문)을 수상했다.

또한 이탈리아 밀라노에 본사가 있는 세계적인 디자인 정보전문 웹진인 «디자인붐»에 '올해(2013년)의 세계 최고 도서관 10개(TOP 10 Libraries of 2013)' 중 첫번째로 선정되었다.

'디자인붐'은 2007년 타임지가 선정한 디자인 영향력이 있는 온라인 매체 중 하나로, 국립세종도서관에 대해 "책장을 넘겨 엎어놓은 듯 만들어진 지붕은 이 건물의 기능을 나타낸다.

이곳에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정보가 하나로 모인다"라고 소개하였다.

국내에서는 2014년 한국건축문화대상 본상(사회공공부문)을 수상하였다.

● 행정도시와 가장 잘 어울리는 '대통령기록관'

1997년 <조선왕조실록>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조선왕조실록>은 조선 태조로부터 철종에 이르기까지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한 자료로, 472년간 총 1,893권 888책이라는 방대한 분량을 자랑한다.

다루는 내용은 정치, 외교, 군사, 제도, 법률, 경제, 산업, 교통, 통신, 사회, 풍속, 미술, 공예, 종교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 따르면 <조선왕조실록>은 매우 특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우선 세계에서 가장 장구한 세월에 걸친 왕조의 기록이며, 가장 풍부한 내용을 담은 세계적인 역사서이고, 다양한 백과전서적 내용이 담겨 있으며, 진실성과 신빙성이 매우 높은 역사기록물이고, 한국인쇄문화의 전통과 높은 문화수준을 보여주며, 조선 말기까지의 기록이 완전하게 보존되어 있고, 일본•중국•몽고 등 동아시아 제국과의 관계사 연구에도 귀중한 사료적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은 확실히 '기록관리의 왕국'이었다. 기록만 치밀했던 게 아니라 관리도 엄격했다.

왕의 사소한 언행까지 기재한 실록을 정작 당사자는 열람할 수가 없었다.

선왕들의 실록까지도 금지되어 있었다. 세종대왕도 부왕인 태종의 실록을 보겠다고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실록 편찬을 담당하던 맹사성과 황희는 정중하고도 단호히 거절했다.

"군주가 실록을 보게 되면 사관이 사실대로 기록하기 힘들며, 그렇게 된다면 후세에 전하는 역사의 기록으로서 믿음을 가질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것이 전례가 되어 후대 왕들은 실록에 접근할 엄두를 내지 않았다.

현대판 <조선왕조실록>이 바로 대통령기록물이다.

2007년 제정된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르면 대통령기록물이란 "대통령 직무수행과 관련해 대통령과 보좌기관•자문기관•경호기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생산•접수해 보유하고 있는 기록물 및 물품'으로, 대통령 관련 기록이 사라지거나 훼손되는 과거의 폐단을 방지하기 위해 엄격한 수집과 보관 관리를 하도록 되어있다.

대통령기록관은 이러한 기록물과 전시물을 국민에게 서비스함으로써 생생한 역사교육의 현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2016년 2월, 세종시 어진동 행정타운에 국내 최초의 대통령 기록물 전용시설인 대통령기록관이 개관했다.

국내 대통령에 관한 모든 자료를 소개하는 전시관은 4층부터 역사관~체험관~자료관~상징관 순으로 관람하게 되어 있고, 일반 공개자료는 온라인상에서 검색할 수 있다.

사각 큐브형태로 건축된 디자인은 대통령의 기록물, 특히 중요한 문서에 국새가 찍힌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즉 대통령의 기록을 국새로 상징화하고, 국새보관함을 건물의 모티브로 삼았다.

황동과 목재로 만든 이중 국새보관함은 석재와 유리로 재해석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살아 있는 역사와 문화를 담는 그릇(큐브)으로 상징화"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행정도시로 탄생한 세종시에 가장 어울리는 행정•문화기관이라면 단연 대통령기록관이 아닐까.

● 문화, 소리 없이 세상을 바꾸는 힘

"세종이 성군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사랑과 실천의 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백성을 사랑한 애민정신은 훈민정음의 서문에서 절절하게 드러납니다.

'우리 말의 말과 소리가 중국과 달라 한자와 서로 통하지 않은다. 그러므로 어리석은 백성들이 말하고 싶은 바가 있어도 그 뜻을 펴지 못하는 이가 많다.

내가 이를 불쌍히 여겨 새로 스물여덟자를 만드노니, 사람마다 쉽게 익혀 나날이 쓰기에 편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

이것은혜 2017년 4월 6일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특별강연회의 한 대목이다.

강연자는 설민석 강사였고 주제는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에 관한 역사 이야기였다.

시민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불러일으킨 이 강연회는 세종시문화재단이 개설한 '여민락아카데미'를 기념한 것이었다.

'여민락아카데미'는 인문•국악•공면 및 음악감상•서예•미술•음악•사진•영상•좋은 부모 등 8개 분야에 걸쳐 시민의 문화예술교육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세종시는 '균형발전국'이라는 부서 아래 문화와 문화재, 체육, 관광을 진흥하는 다양한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

그 가운데 2016년 11월 정식으로 출범한 세종문화재단은 2015년 유네스코가 제시한 "문화, 지속 가능한 발전의 원동력이자 조력자"라는 의제를 수렴하여, 문화를 통한 다양한 발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세종시는 시민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문화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다.

세종시의 역사유적을 답사하는 '인문지리학교', 시민대학 '집현전'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2015년부터 시행된 '인문지리학교'는 고려대학교를 운영단체로 선정하여 세종시의 역사인물, 유적과 현대건축물 및 상징물에 대한 강의와 현장답사 방식으로써 원주민과 이주민의 문화적 동질성을 확보하는 인문교양 프로그램이다.

매주 토요일마다 진행되고 있는데, 한 예로 비암사~전의초수~한솔동백제고분역사공원~초려역사공원~밀마루전망대~김종서의 묘~문절사로 이어지는 현장답사는 자기 고장에 대한 문화적 자부심과 애향심을 고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2016년부터는 더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고 있다.

2015년부터 시행된 시민대학 '집현전'은 세종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일종의 평생교육 프로그램이다.

강좌는 인문학과 고전으로 나뉘는데, 인문학 강좌는 소통, 성찰, 치유 등 다양한 주제 아래 국립세종도서관에서 매주 금요일마다 열리고 있다.

고전강좌는 갈산서원, 연기향교, 전의향교 등 3곳에서 고전교향과 <주역>, <대학> 등을 주제로 진행하고 있다.

특히 전의향교에서 유아를 대상으로 운영한 충효교실은 시민들에게 호응을 얻기도 했다.

2016년 하반기부터는 세종 학부모 대학과 <조선왕조실록>, 대통령 기록 등 역사자료를 토대로 한 특별교양강좌도 개설되었고, 향후 경제•과학•예술 등의 강좌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세종시민대학 집현전 정책 아카데미'도 시민대학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정책, 직무, 인문학 분야의 전문가들은 초청하여 강의를 듣는 것으로, 시민과 공무원이 정책 현안들을 공유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앞으로 인지도 모른다 높은 강사들을 초빙하여 시민과 공무원의 폭넓은 참여를 독려할 계획이다.

이와 같이 세종시는 지역 고유의 문화콘텐츠를 발굴하고, 그것을 문화복지서비스로 연계하는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한편 마을단위 중심으로 마을의 문화자산을 활용하여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는 프로그램도 시행되고 있다.

처음 2013년에는 '도시디자인대학교'로 시작하여 2015년 '도시재생대학교'로 변경하여 발전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지역학의 관점에서 세종시를 이해하기 위한 프로그램인 '생활 속 세종학이야기'는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세종시의 맛, 먹거리, 건축, 한글문화, 음악, 축제, 전통시장, 생태도시, 교육 등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시민 스스로 세종시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를 논의하는 장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세종시는 세종시립도서관 건립과 연계하여
'책 읽는 세종' 브랜드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2017년부터 4년 동안 매년 10만 양서 구입을 통해 2020년까지 80만권의 도서를 확보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와 연계하여 '세종 시민사서 아카데미'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에게 책읽기의 중요성과 의미 그리고 북큐레이션 등 책 읽기에 관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 새롭게 부활한 400년 전통의 민속놀이

세종시는 이 지역의 전통문화를 발굴하여 시민들과 함께 즐기는 '축제'를 개발하는데 공을 들여왔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세종축제'다. 세종대왕과 한글을 주제로 하는 세종축제는 기존에 치러지던 '왕의 물 축제'와 '도원문화제'를 통합하여 2013년에 새롭게 구성한 기획이다.


왕의 물 축제는 세종대왕의 눈병을 치료한 '전의초수(全義椒水)'를 홍보하기 위해 2003년부터 기획된 것으로, <세종실록> 1445년(세종 27년) 4월 13일자의 기록에 착안한 것이다.

이날의 기록을 보면 세종대왕은 연기군 전의면에서 솟는 약수를 복용하여 눈병이 나았다며 기뻐했다는 대목이 있다.

또한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을 보여주는 훈훈한 일화도 있다.

약수는 오래 묵혀둘수록 약효가 떨어지기 때문에 세종대왕은 이 지역에 와서 머무르면서 치료해야 했다.

그러나 가뜩이나 가뭄으로 힘겨운 백성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세종대왕은 행궁을 짓는 대신 '물 배달'을 지시했다.

연기군에서 한양까지는 말을 타고 달려도 3일이 걸리는 거리였으나, 파발마다 말을 교체하는 방식으로 약수는 하루 만에 배달되었다.

그야말로 퀵서비스였다. 이렇게 1년간 약수를 공수받아 치료한 결과 세종대왕의 눈병이 치료뎌었다고 한다.

도원문화제는 1985년부터 조치원과 서면 일대에서 열리던 연기군 시절의 대표적인 지역축제였다.

이 지역의 특산물인 복숭아를 홍보하고 지역민들의 화합을 위해 복사꽃이 만개하는 4월 중순에 문학단체(백수문학회) 주관으로 열리던 글짓기와 그림대회였다.

그러나 세종특별자치시가 촐범하면서 왕의 물 축제와 더불어 세종축제로 통합되어, 세종대왕의 애민정신과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는 10월의 큰 잔치로 거듭난 것이다.

세종축제는 주민들이 참여하는 내용으로 공연, 체험, 경연대회 등 해마다 새로운 볼거리와 즐길거리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2016년에는 축제와 박람회를 결합한 형식이 개발되기도 했는데, 한글문화산업전을 통해 한글 콘텐츠를 확대하고 산업화 가능성까지도 모색하는 내용으로서 다른 자치단체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시도였다.

세종축제는 앞으로도 한글과 관련한 흥미로운 도전을 거듭해나갈 예정이다.

지역 고유의 전통민속놀이인 대곡리 장승제, 용암리의 강다리기, 등곡리의 낙화놀이도 빼놓을 수 없는 문화행사다.

세종시는 이 지역의 전통문화를 발굴 보전하기 위해 2016년을 '세종민속문화의 해'로 정하고, 국립민속박물관과 공동으로 전시•교육•체험•학술조사를 추진했다.

대곡리 장승제는 4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문화 행사로, 세종시향토문화유산 제47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복권이나 엽서, 장승 책자에 소개될 마큼 유명하다.

기록에 따르면 조선시대 박승조라는 사람이 마을 서북쪽에 숲을 조성하면서 성황당과 장승를 세운 것이 장승제의 기원으로, 윤년이 든 해 음력 정월 열나흘에 장승을 교체하던 의식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다.

장승제는 나무 장승을 깎아 세우고 제를 올리는과정으로 치러진다.

행사 전에 조선소나무를 미리 구해놓았다가 다일 오전에 마을 어르신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한다.

시대가 발달하여 기계톱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대대로 전수된 방식에 따라 형태는 예전과 똑같이 유지하고 있다.

장승은 남장승 여장승 한 쌍을 제작하는데, 남장승은 사모를 쓰고, 여장승은 곤지를 찍고 족두리를 한다

장승을 세운 뒤에는 제물을 진설하고 강신례(신을 맞이하는 예절), 참신례(신을 뵙는 예), 당헌례, 축원소지, 장승헌례 순으로 이루어진다.

이후 정월의 전통행사인 달집태우기, 풍물놀이, 투호던지기, 제기차기 등의 놀이가 펼쳐진다.

정월 대보름날 용암리에서 열리는 강다리기는 대곡리 장승제와 마찬가지로 400년 동안 이어져온 지역의 전통민속놀이다.

강다리기란 줄다리기를 뜻하며, 이때 '강'이란 '줄'을 의미하는 지역 사투리다.

모든 마을사람들이 참여하는 집단 민속놀이로, 통나무에 수십 가닥의 곁줄을 달아 여성들은 암줄을 잡고 남성들은 숫줄을 잡는다.

이 놀이는 늘 암줄을 쥔 여성들의 승리로 끝맺는데, 여기에는 생산을 주관하는 여성이 이겨야 풍년이 들고 마을이 안녕하며 가정이 화목하다는 '화합'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또한 여성의 힘이 강해야 국난(國難)을 극복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부강면 등곡마을의 낙화(落火)놀이 또한 2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정월 대보름놀이다.

이 놀이는 민간에서 조제한 화약에 심지를 박아 불에 태우는 불꽃놀이로, 질병과 액운을 쫓고 경사를 부르는 벽사진경(壁邪進慶)의 의미가 담겨 있다.

놀이방식은 먼제 폭죽을 연결하는 80여개의 낙화봉을 제작하는데, 낙화봉은 뽕나무 숯을 무명천으로 싼 다음 짚으로 다시 동여맨 것이다.

이것들을 300미터에 달하는 긴 줄 위에 일렬로 매달아 놓고, 깊은 밤 마을사람들이 모인 가운데에 불을 붙인다.

휘영청 밝은 보름달 아래 낙화봉이 타들어가면서 떨어지는 숯가루 불꽃은 환상적인 불꽃쇼를 연출한다.

경북이나 전북의 몇몇 마을에도 이런 놀이가 있지만 충청지역에서는 등곡리에만 유일하게 전승되던 놀이로, 1985년 중단되었다가 2011년에 부활되어 그 가치가 더욱 빛난다.

● 이색적인 현대 축제

세종시의 축제는 전통축제만 있는 게 아니다. 신생 도시다운 신선한 아이템을 자랑하는 문화축제도 많다.

2003년부터 시행해온 조치원복숭아축제는 지역의 특산물인 복숭아를 홍보하고 판촉하는 행사로, '복숭아는 세종시'라는 인식을 전파하기 위한 전국적 행사로 기획되었다.

복숭아 판매장을 비롯해 복숭아 수확체험, 문화공연 등 직접적이고도 다채로운 방식으로 빼어난 복숭아의 품질을 홍보하여, 2015년 축제에서는 7만여 명의 외부 방문객이 다녀가 38억원에 달하는 지역경제 생산 파급효과를 얻기도 했다.

뿐만아니라. 농촌마을이 주최하는 봄•가을 꽃축제인 '도화랑 이화랑 어울림 한마당'과 '논두렁' 등을 통해 농촌의 아름다운과 문화를 홍보하는 행사도 있다.

그런가하면 무궁화의 상징성을 살려 행정수도인 세종시어 정체성을 강화하는 무궁화축제, 사람과 동물의 행복한 교감을 통해 아름다운 추억을 만드는 세종반려동물문화축제, 푸드트럭페스티벌 등 이색축제도 매년 열리고 있다.

이러한 축제와 행사들로 세종시는 '대한민국 10대 문화도시'라는 비전에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